구름 한 점 없이, 눈이 시리게 맑은 봄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내 부족함의 형태, 미숙함의 형태를 바라본다. 내게 주어졌던 기회와 가능성이 어떤 결과가 되었는지 바라본다. 오류들, 실수들, 판단 착오들이 얼굴을 향해 달려오는 것 같아서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감는 것만큼 쉬운 방법은 냉소적으로 시스템을 탓하는 것이다. 요구 사항이 추가되고, 사업 목표가 변경되고, 예산과 일정에 맞춰 잘려 나가는 디테일들,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들,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절차들.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탓해보지만 결국 그걸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의견을 강하게 지키고 관철시키지 못했음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