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공모전 제안서 양식 사례들을 USB에 하나하나 담아주면서, 그는 본인이 최근 참가했던 공모전에서 어떤 더러운 꼴을 봤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공모전에 대한 내 오래된 편견이 아주 근거 없이 생긴게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산림청은 카르텔이 있어. 지방은 더 심해. 심사위원도 안 정해졌다는 건 수상한 정도가 아니라 뻔뻔한 거야.”
  “그런가요... 그럼 그냥 다른 거 알아봐야겠네요.”
  “그냥 경험 삼아 해봐.”
  “네?” 

  가져온 사례들을 이것저것 참고하다 보니 나름의 기준이 조금씩 만들어졌다. 아, 이건 이런 걸 표현하라는 뜻이었구나. 이건 대충 만들면 안되는 항목이구나. 더듬더듬 따라가면서 틀을 얼추 갖춰 보았다. 일이 수월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설계안을 만들 차례다. 설계를 할 차례인데... 아까 듣고 온 찝찝한 공모전 뒷 이야기들을 떨쳐내는데, 의욕을 되찾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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