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부지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중요한 구상이나 대단한 공학적 판단을 고민하는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 5급, 6급, 7급 공무원들, 지역 자문가들, 사전 용역사들, 저 어른들이 두려웠다. 그들만큼 무서웠던건 이제야 보게 된 이 아름다운 풍광 위에 내가 그린 무언가가 지어진다는 게, 이제부터 나에게 책임이 있고, 내가 지휘해야 하고, 모두가 나를 전문가라고 (의심을 섞은 채)믿고 있다는 게 두려웠다.

   국민의례. 내빈 소개. 연혁 소개. 그리고 당선작 설명 차례. 나는 제안서 PT는 대충 훑어 넘기고 “중점 논의 사항”이라고 제목 붙인 장에서 화면을 멈췄다.

   “조달청 공사 5년 치를 분석했습니다. 저희와 유사한 연면적 기준으로 보면, 단위 공사비 최하위 사례가 5년 전의 속초 등산학교입니다. 밀양 등산학교는... 그보다도 밑입니다.”

  일부러 힘주어 말하고 짧게 뜸을 들였다. 멍하니 듣던 공무원들이 자세를 고쳐 앉아 프린트물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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