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O 사옥
서울 강남 | 근린생활시설 | 신축 및 인테리어 | 2024




   현장에서 전해 듣기로, 이 일대는 높은 지가로 인해 부동산적 가치를 최대로 창출하기 위한 소위 ‘공식화된 건축 방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동네입니다. 예산이 허락하는 한 지하로 파내려 가야하고 경사 지대를 이용해 지하1층은 꼭 반지하로 만드는 것, 지상 층고를 최대한 높게 하여 사용승인 후 내부 증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전용주거지역의 이격거리(1m)를 이용하여 건물 테두리를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것 등이 정형화된 공식이었죠.

   지하 1층을 도로에 면한 반지하로 만드는 것은 실내 환경 측면에서도 기꺼이 수용한 방법이었으나, 주차장을 건축물의 테두리에 둘러싸는 것은 주차를 하는 사람에게도, 애써 반지하로 만든 지하1층의 내부 환경에도 전혀 좋을 일 없는 제로섬으로 느껴졌습니다. 좁지 않은 땅에 4대 분량의 주차장을 한 곳에 모아 만드는 것이 건축면적을 쥐어짜내야 하는 부동산적 가치에 기여하진 않겠으나, 차량이 점유하지 않는 시간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마당이 될 수 있고, 더더욱 그 건물이 한 집단이 점유하여 사용하게 될 사옥이라면 반드시 일정 규모의 빈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이 동네의 공식을 벗어난 제안을 발주처는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지상 층고를 최대한 높게 해서 암암리에 철골로 중층을 조성하는 건물들이 동네에 많다는 이야기를 발주처에 슬며시 내비쳤을 때 돌아온 대답은 “거품 없이 정직하게 생긴 건축물을 만들자” 이었습니다. 규모를 더 커보이게 만드는 옥상벽도 필요 없고,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창이 있으면 좋겠고, 밝고 투명하게 구획해야하는 곳은 밝고 투명하게, 조용하게 닫혀있어야 하는 곳은 그렇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이 동네에서 정석처럼 여겨지는 부동산적 가치를 초월하는 요구들이었고, 송곳은 그저 이를 건축으로 번역하고자 애썼습니다.

 
 
1
© 2026 songgot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