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라운지
경기 안양 | 사무시설 | 인테리어 | 2025




     사옥 내부에 중정이 세 군데 있었습니다. 두 개 층 높이의 그 중정들은 남향으로 큰 창을 갖고 있었지만, 나무들이 하늘을 바라보지 못해 죄다 그 창을 향해 쓰러지듯 자라는 중이었습니다. 조용히 통화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말고는 어수선하게 웃자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갈 생각이 선뜻 들지는 않습니다. 30평짜리 폰 부스로 방치할 수 없었던 회사는 이곳의 조경을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식재 변경 사업이 공간 조성 프로젝트로 변모한 것은 기획자였던 KEWEN의 제안이었습니다. 송곳은 공간의 디자인과 시공을 맡았습니다. 층마다 브랜드관, 라이브러리, 워크숍 공간을 꾸며야 했습니다. 잉크 사업을 모태로 하는 그룹사의 정체성이 녹아든 공간들, 역시 색으로 시작해야 할까요. 

    층고 7m의 공간은 아무래도 바닥에서 출발해야겠습니다. 바닥엔 얼룩덜룩 빛이 바래고 낡긴 했어도 멀쩡한 멀바우 데크가 깔려 있습니다. 다 뜯어내긴 아쉬우니 식물이 있었던 구멍들만 다시 메우고 신재와 고재를 모두 흑단색으로 칠했습니다. 짙은 바닥이 이 재료 저 재료 섞여 있는 공간의 산만함을 붙들어 주도록 했습니다. 
    잉크는 색의 예술이기도 하겠으나, 인쇄의 예술이기도 합니다. 인쇄라는 것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기에 그 어딘가가 되어줄 바탕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브랜드관의 한지는 그렇게 선정된 재료입니다. 남서향에서 강하게 들어오던 햇빛과 그 햇빛을 갈구하던 기울어진 나무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한지는 빛을 머금으면서 동시에 산란시켜 퍼트립니다. 

    라이브러리와 워크숍은 흑단색 바닥에서 솟아난 듯한 책장으로 영역을 구획하고 아늑한 공간, 넓게 펼쳐진 공간, 모여 앉는 공간, 걸터앉는 공간 등을 다양하게 배치했습니다. 공중에 매달린 오르간디는 한지가 표상했던 인쇄 바탕재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봉집과 쌈솔의 비례를 정밀하게 조정하며 포근하고 아늑한 촉각의 뉘앙스가 공간의 빈 곳과 빈 감각을 메워주길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1
© 2026 songgot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