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밀양등산학교



I   자격증 취득한 지는 20개월째. 집에서 퇴직금 까먹으며 놀다가 눈칫밥에 작은 사무실을 얻어 개소한 지도 열 달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국이 시끌시끌해도 사무실에 나와서는 유튜브 틀어 놓고 낄낄거리면서 시간이나 죽이고 근처 꽃시장을 어슬렁거리다 5천 원짜리 화분들만 사모으는 그런 날들이었다.

  도면 외주 아르바이트를 몇 건만 받아도 그간 받던 연봉을 훌쩍 웃돌아버리니, 역시 자격증이 좋긴 좋구나 하면서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흠뻑 젖어 있던, 어느 평화롭고 게으른 저녁에 그 소식이 전해졌다. 

 “oo이 사무실 다니면서 틈틈이 공모전 하던 게 당선돼서 이제 퇴사하고 사무소 개소 할거래. 규모가 **이고 설계비가 xx억이고...”

  내게 공모전이란 닳고 닳은 일부 ‘선수’들이 독식하거나, 로비나 청탁으로 범벅된 그런 경기였다. 그 곳에서 내 친구가 당선되다니. 나는 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무실의 이름이 박혀있는 도면을 신나게 그리고 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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