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외주 아르바이트를 몇 건만 받아도 그간 받던 연봉을 훌쩍 웃돌아버리니, 역시 자격증이 좋긴 좋구나 하면서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흠뻑 젖어 있던, 어느 평화롭고 게으른 저녁에 그 소식이 전해졌다.
“oo이 사무실 다니면서 틈틈이 공모전 하던 게 당선돼서 이제 퇴사하고 사무소 개소 할거래. 규모가 **이고 설계비가 xx억이고...”
내게 공모전이란 닳고 닳은 일부 ‘선수’들이 독식하거나, 로비나 청탁으로 범벅된 그런 경기였다. 그 곳에서 내 친구가 당선되다니. 나는 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무실의 이름이 박혀있는 도면을 신나게 그리고 있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