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그는 서른 후반의 이른 나이에 프랑스 건축사와 국내 건축사를 모두 갖추고 본인 사무소를 운영하며 공모전에 연이어 당선되고 있던, 예전 설계 스튜디오의 교수님이었다. 졸업 후에도 가끔 안부를 주고 받던 터라, 나는 그에게 다짜고짜 공모전 자료를 좀 얻을 수 있겠냐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날 저녁, 그는 아홉 시까지 USB를 들고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남부지방산림청이 발주처고요.”
“씁... 산림청은 안 좋은데.”
“제안공모고요.”
“어려운데.”
“설계비가 이렇습니다.”
“하지마라.”
“네?”
“심사위원은?”
“아직 공고가 안 나왔어요.”
“절대 하지마.”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