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것도 몰랐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지침서 속 정보들의 의미를 두 분은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 주시고는 힘내라는 격려와 함께 모둠 초밥까지 사주고 가셨다. 의욕을 잃은 채 추석을 맞아, 전이나 부쳐 먹고 늘어지게 잠이나 자던 와중에 USB를 건네준 소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에 말한 그 공모전 있잖아, 심사위원 정해졌으면 명단 한번 보내볼래? 내가 봐줄게.”
   자료를 보내고 잠시 뒤에 답장이 왔다.
  “괜찮을 거 같다. 한번 잘 해봐.”

   한동안 만들다 멈춘 제안서를 다시 열어보니, 이제는 시공비가 곱절은 들어갈 것 같은 순진한 계획안처럼 보였다. 그걸 한참 들여다보다가 “사업의 목표 분석” 페이지를 통째 지우고선 페이지 제목을 “사업의 문제점 분석” 으로 바꿨다.

   이 공모 지침이 왜 엉터리이고 어떻게 착취적인지, 왜 불가능한지-조달청 공사 발주 자료를 뒤져가며 분석한 제안서를 남은 연휴 동안 만들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안동에 내려가 그걸 심통스럽게 제출했다. 
 

6< 이전 페이지
© 2026 songgot right reserved